전국 유일 ’인구 자연 증가‘ 세종시, ’청년 유입 정책‘ 실효...청년 내쫓는 전주시와 '대조'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2)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30년을 맞는 지금 각 지역마다 날로 심각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는 물론 지역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선뜻 해결 방안이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극심해 외국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촌, 공장, 회사에 이어 심지어 지역 대학들도 외국인 비중이 매년 늘고 있다. 한때 200만명에서 190만명에 이어 180만명으로 인구 감소의 내리막길을 치닫아 온 전북은 지역 소멸의 가장 심각한 중심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연중 기획 ‘인구 감소·지역 소멸...위기의 전북 진단'을 통해 인구 감소 실태와 원인을 조명하는 한편 다른 지자체들의 인구·청년 정책 등을 살펴보고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해 나갈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세종시 제외 전 지역 인구 '자연 감소'...전북 감소율 전국 '상위'
지난해 11월 전국 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세종특별자치시(세종시)만 자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끌었다. 출생아 수는 적고 사망자 수는 많아 전국 대부분 인구의 자연 감소가 3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증가한 때문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 수는 1만 8,982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3%(847명) 감소했으나 사망자 수는 3만 107명으로 1년에 비해 6.1%(1741명) 증가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통계청이 월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적은 수치다.
또한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 감소 인구는 지난해 11월 1만 1,125명으로 이 같은 인구 자연 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3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인구 자연 감소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모든 시·도에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세종시는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124명 많았다. 또 조출생률은 7.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모든 시·도의 인구가 줄어든 가운데 자연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곳은 전남(–7.5%)에 이어 전북·경북(각 -6.6%), 강원(-5.3%), 충남(-5.1%)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11월 575명이 출생하고 1,528명이 사망했다. 이 기간 중 전북의 감소 인구는 952명(-6.6%)으로 전국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전북의 인구 자연 감소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5.2%를 기록함으로써 전국에서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근 세종시는 지난해 11월 인구의 자연 감소율이 유일하게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4.0%(124명)를 기록, 1년 전의 4.2%에 이어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원인은 세종시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젊은 도시’ 표방과 함께 '청년정책의 차별화'가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젊은 도시' 표방 세종시...올 청년정책 414억원 투입, 매년 증가세
세종시는 올해 역점사업으로 청년정책을 강조했다. 채수경 세종시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26일 시청 정음실에서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채 실장은 "세종시는 청년 적용 나이 상한을 39세로 확대하고,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료 지원, 청년취업박람회 개최 등 24개 과제를 새롭게 반영해 68개 청년정책 시행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세종시는 지난해 '청년 기본조례'를 개정해 청년 나이를 만 34세에서 39세로 확대했다. 이러한 조례 개정으로 세종시의 청년 인구는 7만명에서 10만 3,000명으로 껑충 늘었다. 이로써 3만 3,000명이 청년 지원사업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됐다. 이에 시는 청년의 미래를 위한 지역인재 양성 기반도 구축할 계획이다.
청년정책의 세부 실천 방안으로 세종시는 "4-2생활권 복합캠퍼스 부지에 교육·연구·산업·주거·문화 기능이 융·복합된 글로벌 청년창업빌리지를 조성하겠다"며 "올해 말까지 기본 방향을 도출하고, 내년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2026년까지 부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4-2생활권 공동캠퍼스는 2024년 개교 예정이며 현재 개별 대학의 강의동과 공동시설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청년 적용 나이 39세 확대...청년 인구 10만명 이상 끌어 올린 세종시, 다양한 지원 정책 ‘눈길’
세종시는 다른 여느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주거와 일자리 문제가 저출산 및 청년 유출을 앞당기고 있다는 진단을 했다. 그러나 세밀한 정책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 정책들을 확대 시행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청년 적용 나이 상한을 39세로 확대해 청년 인구를 기존 7만명에서 10만명 이상으로 끌어 올린 세종시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료 지원’, ‘청년취업박람회 개최’ 등을 새롭게 반영하고 일자리(6개), 주거(2개), 교육(8개), 복지·문화(5개), 참여·권리(3개) 등의 분야에 지난해보다 90억원이 증가한 414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치원에는 ‘청년 로컬 콘텐츠 타운’을 조성하고 ▲지역자원 브랜드화 ▲킬러 콘텐츠 개발 ▲청년창업 지원 ▲문화예술 행사와 연계를 통한 골목경제 활성화 등 지역 성장 모델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세종시는 기존 정부세종청사 및 국책연구기관에다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확정 등 국가 주요 기능이 밀집해 있어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을 안고 있다.
세종시는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지난해 개최한 전국 대학생 사이버보안 경진대회를 올해부터 국제 대회로 규모를 격상해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보보호 산업 관련 기업유치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 사이버보안 메카 도시로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또한 세종시는 해외 자매·우호도시 등 현지 교민과 외국인을 ‘해외협력관’으로 위촉하고 온·오프라인을 활용해 영국, 유럽연합, 중국, 아시아권 도시와도 교류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2025년 국제금강정원박람회와 2027년 세계유니버시아드 등의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는 청소년들을 적극 참여시키고 활용할 방침이다.
‘젊은 도시 세종’ 출범 11년...청년정책 '본 궤도'
세종시는 약 40여만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전국에서 제일 작은 규모의 광역자치단체지만 지난 2012년 출범 당시 인구 규모는 11만명 정도였으나 10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으며 전국에서 평균 연령(37.4세)이 가장 낮은 젊은 도시다. 행정복합도시로 개발된 동지역을 중심으로 인구 유입도 꾸준히 계속되는데 특히 청년인구의 유입이 두드러진다. 세종시의 청년인구 증가율은 2020년 2%, 2021년 2.4%로 광역지자체 중 수도권 이외에 청년인구가 증가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무엇보다 세종시는 지난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청년정책 추진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세종시는 20211년 9월 청년정책 전담부서인 청년정책담당관을 신설하고 시의회는 같은해 12월 세종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세종시의 청년정책 관련 사업과 예산도 대폭 확대됐다. 지난 2021년 청년정책에 33개 사업 226억 8,200만원의 예산을 들였는데 2022년에는 48개 사업 342억 1,300만원의 예산이 투입한데 이어 올해는 414억원으로 더 늘려 투입할 예정이다.
세종시의 청년정책 신규사업 초점은 복지·문화분야에 맞춰져 있다. 출산가정에 초기 양육비용으로 20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첫만남이용권 사업과 청년 스타트업 주도로 지속가능한 청년 문화거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청년 문화거리 조성 및 운영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세종 쳥년적금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취업 및 창업을 한 청년이 매월 15만원씩 3년간 저축하면 시도 동일 금액을 적립해 만기 시 적립금 1080만원과 이자를 추가로 지급한다. 세종시에 6개월 이상 계속 거주하는 청년들이 대상이며 건강보험에 가입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중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이 외에도 세종시는 청년마을디자이너 14명을 선발해 연서면과 소담동에서 마을디자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세종시 청년희망내일센터도 청년 지원체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센터는 세종테크노파크가 위탁 운영하며 청년적금사업, 구직·창업활동비 지원사업, 주거임대료 지원사업,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사업 등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취업·주거 분야 지원을 맡고 있다.
“전주시, 말로만 청년 지원…예산 지원 끊고 실직 내몰아”
세종시의 이 같은 역동적인 청년정책들과는 대조로 전주시는 최근 청년들의 지원 예산을 줄여 빈축을 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0년 문을 연 전주시 사회혁신센터는 '전주 성매매 집결지 공간 사업'과 '전주 버스노선 개편' 등 굵직한 현안부터 해양 오염, 청년 일자리 등 전북의 다양한 의제를 발굴하고 고민하는 지역사회 관련 사업들을 청년들 위주로 펼쳐왔다.
하지만 올 들어 센터 곳곳이 텅 비어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간을 가득 채웠던 청년들은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들 역시 두 달 뒤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 지난해 전주시의회에서 성과 부진 등을 이유로 민간 위탁을 종료하고 올해부터 정부 예산까지 끊기면서 당분간 전주시 직영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청년 연령 늘려가며 지원 확대하는 세종시와 너무 '대조'
이와 관련 KBS전주총국은 지난 26일 ‘말로만 청년 지원…예산 지원 끊고 실직 내몰아’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보도했다.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 유출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지방소멸을 막겠다며 청년들이 지역에 남아 삶의 터전을 일굴 수 있도록 여러 지원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강조한 기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의 사례를 조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간을 가득 채웠던 시민들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20~30대로 구성됐던 센터 직원들은 15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는 기사는 “남아 있는 직원들 역시 두 달 뒤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사회혁신센터에 입주해 있는 사회적 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당장 세워둔 시 예산이 없어 사업도 줄여야 할 형편이다“고 기사는 전했다.
인근 세종시가 청년 연령층을 늘려가면서까지 지원사업을 매년 확대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사례다. 전북 대부분 지역이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 주는 대목이다.(계속)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