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늘리고 선거구 넓혀야 극한의 '양당 공수교대' 완화...경쟁 말고 잘하는 정치 체계로 바꾸어야”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

2023-01-23     이영광 기자

정치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이야기하자 야권은 정치 개혁 이슈를 빼앗겼다는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3주가 지나자 다시 정치 개혁 이슈는 잠잠해졌다. 

정치 개혁과 선거 제도에 대한 현재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들어보고자 지난 19일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과 전화로 인터뷰를 실시했다. 다음은 이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선거제도 개혁, 지금 시점에서 중요...낡은 정치 폐기하고 새로운 정치 체계 개혁 필요”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사진=이동학 제공)

- 지난해부터 청년 정치 개혁 모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언급해서 이슈가 되었지만, 지금은 가라앉은 것 같거든요.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지금 시민사회, 사회의 원로그룹, 청년 정치인들, 그리고 각 당이 속속 선거구제에 대한 내용을 지금 토론해 나가고 있어요. 민생으로만 봐도 사실상 국가적 비상사태에 준하는 상황인데 정치권은 머리 맞댈 의지도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어요. 대화와 타협은커녕 절망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고 낡은 정치 폐기하고 새로운 정치 체계로 개혁을 책임 있게 해내야 되겠다는 절박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 왜 지금일까요? “크게는 두 가지인데요. 일단 글로벌 질서가 굉장히 어지러워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는데 국내의 극단 대결로 국민들을 큰 틀에서 통합시켜내지 못하면, 다 사분오열돼서 결국 그 파고를 막아내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이 하나가 있는 거고요. 두 번째는 극단적인 양극화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거잖아요. 새로운 개혁 과제가 지금 우리 앞에 줄줄이 놓여 있는 상황인데 제때 하지 않고 미루다 보니 부담이 점차 커지는 상황입니다.

정치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 싶은데, 최근에 이루어진 선거에서 새로운 희망의 언어보다는 상대방 심판이 주를 이뤘습니다. 주로 네거티브전하다 보니 정치권 자체가 심판당해야 할 상황입니다. 개혁 과제들을 정치권이 풀어내지 못하면 국민의 삶 자체가 나락으로 떨어지겠죠. 산업화 시대의 성과, 민주화 시대의 성과가 누적되어 지금의 선진 대한민국이 만들어진 것인데, 두 세력이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싸움에만 매몰되면 결국 일거에 자신들이 만든 성과를 다 깎아 먹을 수 있어요. 그래서 선거제도 개혁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 지금 정치권을 보면 동료가 아닌 적과 전쟁 치르는 것 같거든요. 대화와 타협은 보이지 않고 상대를 향한 저주에 가까운 비난만 가득해요. 21대가 유독 그런 거 같거든요. 같은 소선거구제인데 왜 더 심할까요? 

“폭력 국회, 날치기 국회, 이런 모습을 눈으로 보던 것이 몇 년 안 됐어요. 사생결단으로 전부 아니면 무라는 대결문화가 국회선진화법이 들어왔어도 개선이 안 됐어요. 그 심각성은 결국 상대방을 감옥에 넣는 형태로 귀결이 되는데, 결국 정치가 사라지고 사법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거죠. 정치인은 말과 글로 싸워서 서로를 설득하거나 아니면 국민들을 더 많이 설득하는 쪽이 지지나 표 받아서 승부 보는 것인데, 지금은 정치가 말과 글의 싸움이 아니라 사법 체계를 동원한 싸움을 하고 있는 거예요.

사법 체계가 우리 사회의 최종결정을 내릴 만큼 공정한 것도 아니에요. 자기편 감싸주는 검찰, 재판 거래하는 법관들도 있었죠. 결국 정치의 붕괴는 우리 사회의 신뢰가 통째로 붕괴하고 있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거예요.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고 증오하는 것은 이성을 마비시키고요, 괜찮은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들어요. 게임의 룰을 바꿔볼 때가 된 겁니다.”

“정치에서 살아남으려 극단적 언행, 내가 잘해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진흙을 묻히고 상대방이 더 더럽다고 얘기해야...” 

- 지금 보면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너무 강성 지지자들만 보고 정치하는 것 같거든요. 

“정치 권력이 양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는 현실 맞습니다. 정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 의사 표출의 완충 역할도 하고 또는 조정의 역할도 해야 돼요. 그걸 하지 않고 이렇게 가면 사사건건 아무런 것도 합의하지 못하고 결국 밀어붙여서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잘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밀어붙여서 했을 경우 다음 선거에 반대편으로 힘이 넘어가고 우리가 해낸 것들도 다시 다 뒤집게 돼 있어요.

왜냐하면 인정한 바가 없으니까요. 사회적 신뢰가 붕괴하죠. 정치권이 사회 신뢰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고민하는 건 그래서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정치인 몇몇이 바뀐다고 해도 개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운용하고 있는 제도를 어떻게 협력 끌어낼 수 있는 제도로 만들 것인지 아주 깊이 있게 지금 논의하고 결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사람 문제가 아니라 제도 문제인가요?

“사람도 문제고 제도도 문제예요. 그런데 제도는 그대로 두고 사람만 계속 바꿔왔잖아요. 국회 신인 진출률이 40%씩 됩니다. 그런데 왜 더 악화됐다고 느끼냐면 이 구조 자체가 괜찮은 사람이 들어가도 살아남으려면 극단적인 언행을 해야 하죠. 내가 잘해서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진흙을 묻히고 상대방이 더 더럽다고 얘기하고 나는 조금 더 상대방보다 더 깨끗하다 이런 정도 수준으로 아주 마이너스 요소를 아주 가득 채운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자체가 좋아질 수가 없는 상황으로 계속 가고 있는 거예요.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 다수결 해서 다수파를 얻어내는 설득 작업인데 그것에 대한 전제는 승복이에요. 진 쪽에서도 승복하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이긴 사람은 패자들을 서로 끌어안아야 민주주의가 굴러가는 거잖아요. 우리 사회가 승복을 안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정치의 완충·갈등 조율 기능이 작동될 틈이 없이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충돌하게 돼 있습니다. 폭력·테러가 일어나고 정말 사회가 혼란스럽게 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정치가 지금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협력의 제도 체계로 바꾸는 데 최선을 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행 선거구 제도, 수도권 중심으로 국가 대소사의 모든 것들이 결정될 수밖에“ 

-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요?

“전국을 자기 지역구로 두는 전국 선거구 늘리고, 소선거구도 광역선거구로 넓히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지금 소선거구제가 주는 폐해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지역 중심의 사고를 우선시하도록 만드는데요, 국가 전체를 통찰하지 못하는 흠결이 생깁니다.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법을 말하고도 지역구 교회 지도자들의 눈치를 보며 소신을 꺾는 일도 생기고, 국가적 미래를 위해 연금 개혁에 나서야 하지만 후 순위로 미뤄버리기도 하죠. 지역적 사고의 흠결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다르게 말씀을 드려보면 지역에서는 ‘다리 놔달라’, ‘공원 만들어 달라’, ‘건물 지어달라 철도 놔달라’,라는 게 지역의 중심적인 이슈잖아요. 지역에선 ‘연금 개혁해달라,’, ‘기후 위기에 대응해달라’는 국민들을 만나기는 어렵죠. 소지역구 중심의 체계가 갖는 한계점입니다. 국회는 지역 발전을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를 감시하고, 국가 예산의 심의를 주 업무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로 국가적 시야와 공동체 전체의 통찰이 더 우선시돼야 합니다,”

-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당 대표 출마하면서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하던데.

“단견입니다. 소선거구제의 특성인 지역 기득권을 전형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소지역구가 자기 소유라는 발상인데, 공직은 개인의 소유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논의에서도 개인의 유불리로 접근하는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600조가 넘는 국가 예산을 거의 300분의 1로 찢어가는 지금 국회의원 간의 파워게임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거고요. 이것은 공정하지도 않고요. 균형 잡힌 것도 아니고요. 예산 낭비가 초래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요. 수도권의 인구 이주가 지속적인 상황에서 당연히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지방의 국회의원 수도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죠. 자연히 권한도 줄어들겠죠. 국가의 대소사에 대한 결정은 대한민국의 중심인 수도권 중심으로 모든 것들이 다 결정될 수밖에 없는 거예요.”

- 비례대표는 국민이 뽑는 게 아니라는 인식이 있어서 문제일 것 같은데.

“국민들이 후보자를 직접 뽑지 못하고 좋아하는 정당만 찍도록 하니 나의 대표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는 것일 텐데, 투표용지의 변형을 통해 정당도 찍고, 그 정당의 후보자 중에서 사람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어요. 투표방식 역시 국민들의 선택을 더 보장하는 형태로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다만 투표방식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준다면 자칫 개혁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으므로, 제도개혁과정에서 국민들의 수용성과 의사 반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는 어떻게 평가하세요?

“중대선거구제라는 말 자체가 모호한 말이긴 한데, 현재의 극단 대결 부추기는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다른 선거제도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정도의 말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대선거구는 구분해야 합니다. 예컨대 탕수육은 소자·중자·대자가 있는 것처럼 중자와 대자를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니니까요. 중선거구제는 2~4인, 대선거구제는 5인 이상으로 구분하고, 각 정당은 중선거구제로 갈 건지, 대선거구제로 갈 건지를 치열하게 토론해서 국민 앞에 내놓으면 됩니다.” 

“노장청, 여성, 기후환경, 지방소멸 등 다양한 이슈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여야” 

- 선거 제도를 바꾸면 양당제가 깨질까요?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사진=이동학 제공)

“저는 이번 선거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면서 세 가지 원칙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할 것. 소선거구제하에서 한 사람만 선택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선택한 표가 다 죽는 결과가 돼요. 전체적으로 평균 약 40% 이상이 사표가 된다고 하니 죽은 표들은 의회에 나의 대표가 없을 수밖에 없는 거죠. 두 번째 원칙은 다양한 목소리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거죠. 노장청, 여성, 기후환경, 지방소멸 등 다양한 이슈들을 대표하는 이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있는 제도여야 합니다.

세 번째로는 대화와 타협을 가능하게 하고 유도하고 촉진하는 협력의 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제3당 제4당의 출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당하고 3당이 손잡거나, 2당과 3당이 손잡고 1당과 협상에 나서거나 하면서 각자의 입장을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하는 정치문화 만들어야 우리 앞에 놓인 장벽들을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근데 거대 정당에서 후보 여러 명을 공천하면 국민들은 그중에 뽑지 않을까요?

“지금 예를 들면 5명 선거구에 민주당도 5명 국민의힘도 5명 내면 제3당, 4당도 후보를 낼 거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5명 다 당선되느냐면 그렇게 안 될 거라는 거예요. 그래서 선거구를 넓히면 지역주의도 조금 완화가 되면서 극한의 양당 공수 교대 발목 잡기 정치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목잡기 경쟁 말고 잘하기 경쟁으로 게임을 바꾸자는 겁니다.”

- 이게 선거구제만 바꿀 게 아니라 개헌도 같이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일단은 상반기 중에 선거제도를 먼저 바꿔놓고 그 이후에 개헌 과제를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선거제도는 다음 선거가 있기 1년 전에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기 때문에 오는 4월10일 이전에 선거 룰을 확정하고, 선거구획정까지 마쳐야만 합니다. 국회가 법을 지켜야 국가 운영의 본이 서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후엔 개헌에 대한 의제도 우선 몇 가지를 선정해볼 수 있을 겁니다. 4년 중임제같이 국민적 공감대가 많은 것을 먼저 시도해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단 선거제도 개혁이 먼저이고, 개헌은 그 이후에 해야 합니다. 두 이야기가 섞여버리면 아무것도 진전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 21대 총선 앞두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정당들이 위성정당 만들어 무력화되었잖아요. 이번에 선거제도 바꾼다고 정치가 달라질까란 의문도 있는데.

“지난번 선거 땐 정치권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입이 열 개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든 후과로 사과를 두 번이나 했고, 국민의힘도 개정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개선안을 잘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국민들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됐으면 좋겠습니다.”

- 4월까지는 선거법 개정해야 하는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2월에 각 정당에서 치열한 논의가 이루어지고요, 3월에 정개특위에서 밤샘 토론하고, 국민 의견 수렴하는 시간도 마련해서 토론하면, 몇 가지 안으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전문가들과 각 정당에서는 선거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지난 십수년간 숙성되어 온 축적의 시간과 성과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1년도 더 남은 다음 총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다이나믹한 한국 정치의 상황이 한 달도 내다보지 못한 게 변화무쌍하잖아요.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개혁을 반대하는 정당이 국민들로부터 결국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