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언론 ‘김성태=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몰아가더니...낙인찍기 저널리즘 '들통'

미디어 비평

2023-01-21     박주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새해 벽두터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그의 ‘도피’ ‘검거’ ‘압송’ ‘구속’ 등 최근 일련의 모든 과정이 국내 주요 언론들에 중계되고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 언론들은 그를 일찌감치 '범죄자'로 낙인찍은 것도 모자라 그의 출생지 및 성장한 지역을 연계시켜 보도함으로써 많은 독자와 시청자들은 ‘김성태’ 하면 그의 고향과 성장 지역을 동시에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해당 기사] 

서울 언론들, '전북 출신' 강조 범죄인 취급 ‘낙인찍기 저널리즘’ 횡행...언론인가, 검찰인가? 

'변호사비 대납 의혹' 영장 사유 빠져...검찰·언론들, 슬그머니 '꼬리'

채널A 1월 12일 뉴스 화면(캡처)

해당 지역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동시에 전하는데 서울의 주요 언론들이 앞장서서 기여했다. 이른바 '낙인찍기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사례들이 넘쳐났다. 검찰이 흘리면 언론이 받아쓰는 ‘필경사 저널리즘’ 또는 ‘앵무새 저널리즘’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런데 검찰과 언론의 뜻대로 그가 수갑을 찬 채 구속되고 나서부터 뭔가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찰과 언론이 그토록 목청을 돋우며 강조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그의 구속영장 사유에서 빠진 것이다. 즉각 더불어민주당이 마타도어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국민의힘과 유튜버, 그리고 주요 언론들을 비판하고 나설 만도 하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동안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라며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아니면 말고식 악의적 공격"...낙인찍기 

서울신문 1월 18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또한 조 사무총장은 “그동안 수많은 국민의힘 인사, 지도부, 보수 유튜버, 일부 언론에서 이에 편승해 아니면 말고식으로 이 대표를 악의적으로 공격했다”며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언론에서도 이를 바로잡아주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국민 상대로 대사기극을 펼쳤다”라며 “이 사기극에 대해서 관련 논평하거나 언론 문제라든가 종합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고 끝까지 그 부분에 대해 바로잡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결국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해왔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변호사비 대납 금액으로 알려진 20억원은 변호사비가 아닌 쌍방울 자회사의 M&A 비용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쌍방울 M&A를 담당하는 법무법인의 대표 변호사는 이남석 변호사로 윤석열 사단의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검찰도 수사 과정에서 이 내용을 다 알고 있었을 것이란 게 합리적 의심이고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사건 의혹 부풀리기를 묵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도주’에서부터 ‘국내 압송’, 한밤중 구속‘에 이르기까지 며칠 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며 온 나라를 시끌벅적하게 한 김성태 전 회장은 이재명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으로 촉발된 사건에 연루돼 범죄자로 이미 낙인찍힌 인물이었다. 

출생·성장지 ’연대 범죄화‘...검찰·언론 '악어와 악어새' 

YTN 1월 19일 뉴스 화면(캡처)

주요 언론들은 ’김성태, 그는 누구인가?‘란 기획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와 관련된 기사마다 범죄 혐의와는 무관한 그의 출생지와 성장 지역을 강조함으로써 ’연대 범죄화‘ 시켰다. 이처럼 낙인찍기 저널리즘이 횡행했던 것은 검찰과 언론이 이른바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 공존하는 관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됐으나 여전히 찜찜한 구석들이 남는다. 

미디어오늘은 20일 ‘김성태 혐의에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왜 빠졌나…검찰 내놓은 답’의 기사에서 “이승일 수원지법 공보관(부장판사)이 20일 낮 미디어오늘에 보낸 언론 공지사항을 보면, 김경록 영장전담 판사는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쌍방울 회장을 모두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서 “특히 관심을 모았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의 혐의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앞선 19일 저녁 일부 지상파 방송들도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은 빠졌다”고 전했다. KBS는 “아직 직접적인 연결 고리가 포착되지 않았고, 따라서 전환사채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부터 먼저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라며 “김 전 회장이 비자금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돈의 기본 흐름부터 명확히 규명돼야, 이 대표를 향한 수사 가능성도 열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연막, 언론 탈출...불편부당 ‘실종’

검찰 로고

그러나 그동안 쌍방울과 이재명 대표를 엮기 위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요란하게 떠들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검찰의 수사 결과는 물론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몰아간 언론들, 심지어 전혀 관련성 없는 출생지를 거론하며 혐오와 거부감을 들도록 하는데 앞장선 언론들은 과연 어떤 보도로 해명할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데 침묵하거나 아니면 말고식이다. 최근 국내 주요 언론들이 보여준 낙인찍기 저널리즘에서는 불편부당과 객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중”이란 말로 연막을 터트리며 말 잘 듣는 언론들에게 오보로부터 탈출구를 마련해 주고 있다. 낙인찍기 명수인 이들은 또 무엇을 탈탈 털고 물어뜯을 것인지.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