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 노동자 추락사, ‘외줄타기 졸속 공사’ 계약서 없이 밀어붙이다 발생” 파문

[뉴스 큐레이션] 2023년 1월 5일

2023-01-05     박주현 기자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철거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법규를 위반한 무리한 공사를 서두르다 발생한 예고된 사고란 지적이 나와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전주MBC는 4일 이와 관련 두 꼭지 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외줄타기 곡예 작업"...(주)자광 철거 사망 사고 논란’의 기사에서 방송은 “지난 연말 (주)자광이 전주시 개발의 신호탄이라며 기념식까지 열고 옛 대한방직 공장 철거에 들어간 바 있는데 공사 시작 이틀 만에 외국인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질타가 이어졌다”며 “실제 법규를 위반한 무리한 공사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리드에서 운을 뗐다.

“외줄타기 곡예 작업...추락 방지망조차 설치하지 않아”

전주MBC 1월 4일 뉴스 화면(캡처)

이어 기사는 “안전장치도 없이 지름 5cm의 강관 한 줄에 의지해 외줄 타기 곡예 같은 작업을 하다 사고가 일어났다”며 지난달 29일 태국 국적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옛 대한방직 공장 철거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 방송은 건물 외부에 철제 강관을 이용해 십자 모양으로 엮은 7~8m 높이의 구조물이 설치돼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조명했다. 

“숨진 노동자는 일명 '외줄비계'라고 불리는 이 구조물 위에서 작업을 하다 4~5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기사는 “발암물질인 석면 해체를 위한 가림막 설치를 목적으로 설치된 '비계'는 고공 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발을 디딜 곳이라고는 지름 5cm 남짓의 철제 강관 한 줄 뿐, 그 흔한 '추락 방지망' 조차 설치하지 않았다”고 고발했다. 

이에 대해 임영웅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북본부장은 이날 방송과 인터뷰에서 "밧줄에서 서커스를 하잖아요. 말 그대로 한 줄짜리 파이프 위에서 위를 잡고 만세 부르듯이 걸어가야 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거죠"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빨리 설치할 수 있지만 워낙 위험하다 보니 LH 등이 진행하는 관급 공사에서는 '외줄비계' 사용은 아예 금지돼 있다”면서 “대신 파이프를 두 줄로 세워 그 위에 안전 발판을 놓는 '쌍줄비계'나 '시스템 비계'가 이미 보편화됐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는 “고용노동부는 철거업체가 고공 작업 시 추락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공사 개시 미루자 했는데...무리한 강행에 사고“

전주MBC 1월 4일 뉴스 화면(캡처)

방송은 이날 또 다른 기사 ‘"공사 개시 미루자 했는데"...무리한 강행에 사고’에서도 문제점을 연이어 보도했다. “시행사인 자광이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졸속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결국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고 전제한 기사는 “연일 쏟아진 폭설과 한파에 철거 업체가 공사 개시 연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추가로 드러난 것”이라며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은 며칠 전까지도 적설량 15cm의 폭설이 쏟아져 눈 피해가 속출하던 때이며 사고 현장에도 폭설과 한파로 녹지 않은 눈이 곳곳에 쌓여 있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철거 공사는 강행됐다”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눈이 녹고 난 뒤에 공사를 시작하자는 현장의 목소리는 무시됐다”며 “한 공사 관계자는 ‘철거업체가 안전을 이유로 날이 풀리는 1, 2월쯤으로 공사를 미루자고 했지만 자광 측의 계약 이행 요구에 작업이 진행됐다’고 취재진에게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실제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와 철거업체 사이에 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두 계약으로 서둘러 철거가 개시됐다”고 지적한 기사는 “공사 시작 이틀 만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려기 위해 안전을 도외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기사는 “발주처인 (주)자광은 그러나 공사를 미루자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고, 서두른 적이 없다는 입장이며 또 시행사가 답변할 내용이 아니라며 책임을 철거업체에게 미루고 안전조치 준수 의무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기사는 그러면서 “153층 높이 타워와 상업시설을 건설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겠다며 도지사와 시장까지 초청해 철거의 시작을 알렸던 자광이 정작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무시한 공사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단순한 유감 표명 외에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전북경찰과 고용노동부 전지청은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