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천년사’ 봉정식 하루 앞두고 잠정 연기...‘역사 왜곡 논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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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1     박경민 기자
'전라도 천년사' 표지(사진=전북연구원 제공)

전라도 정명(定名) 1,000년을 기념해 전북도와 전남도, 광주시 등 3개 광역지자체가 추진한 ‘전라도 천년사’ 발간 기념행사(봉정식)가 개최 하루 앞두고 연기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확산되자 전북도가 뒤늦게 의견수렴 등을 거쳐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집필위원들이 반발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20일 ‘전라도 천년사’ 발간 봉정식을 잠정 연기하고 논란이 있는 역사 기술 부분에 대한 재검토와 의견수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필위원 “식민사관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사고하는 것 적절하지 않아”

전북도 관계자는 “전라도 천년사는 E-BOOK(이북)으로 먼저 공개해 최근 새롭게 제기된 문제에 대한 검증과 검토를 거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제 식민사관적 표현 등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된 ‘전라도 천년사’ 발간 봉정식이 잠정 연기됐으나, 이번에는 집필위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일부 집필위원들은 “시민단체의 주장이 극단적인데 전북도가 이들의 일방적 주장 때문에 봉정식을 연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한 집필위원은 “유사 역사학자라 자인하는 사람들이 역사 테러에 가까운 행동을 한 것”이라며 “기문국·반파국 등의 표현은 일본서기 뿐만 아니라 ‘양직공도’(중국 양나라) 등 중국 측 기록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일본서기 또한 우리 손으로 쓰인 백제계 역사서를 인용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일본 극우파·강단 학자들 날조한 용어 버젓이 등장...처참” 

또 집필위원들 사이에는 “역사 해석이 다양할 수 있지만 식민사관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사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앞서 전라도오천년사바로잡기 전라도민연대는 19일 성명을 통해 “전라도 천년사는 남원시의 옛 지명을 '기문국'(己汶國)으로, 장수군 지명을 '반파국'(伴跛國)으로 썼는데, 이러한 지명을 삼국사기 등 국내 역사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단체는 “전라도 천년사는 전남 해남군 또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침미다례'(忱彌多禮)로 규정하고, 임나일본부설의 핵심 용어인 '임나 4현'까지 삽입했다”면서 "일본 극우파와 강단 학자들이 날조한 용어가 버젓이 책에 쓰인 것은 통탄을 금할 수 없는 처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 “공신력 확보되는 시점에 봉정식 재추진할 것” 

전북도청 전경

아울러 단체는 "최종본이 공개되면 얼마나 더 많은 왜곡과 날조가 발견될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전라도 천년사가 왜곡되면 우리의 역사 또한 왜곡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전라도 천년사’ 편찬위는 22일 공식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유영욱 전북도 대변인은 “일부 최종 심의를 진행한 역사기술에 관해 논란이 제기되는 것에 대한 재검토 차원에서 사업기간을 재연장해 편찬 추진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며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전라도 천년사에 대한 공신력이 확보되는 시점에 봉정식을 재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라도 천년사’는 지난 2018년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전북도와 전남도, 광주시가 공동 추진하는 기념사업이다. 총 24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전체 34권(통사 29권, 자료집 4권, 총서 1권)으로 구성됐다.

봉정식은 애초 지난 11월 25일로 예정됐지만 광주시장의 일정 상 불참 통보로 이달 21일로 한 차례 연기됐으나 다시 잠정 연기돼 당분간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