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북 제재·압박 중심 정책‘ 수정하지 않으면 한반도 긴장 더 악화될 것”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2022-12-19     이영광 기자

한반도에 다시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은 ICBM을 비롯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자제해 왔다. 하지만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에서 진척이 없다 올해 들어 다시 미사일 도발을 시작했고 11월엔 ICBM도 발사했다.

올 한 해 한반도 상황을 정리해 보고자 지난 16일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과 전화 연결해 한반도 정세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욍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북한에 강경 태도 보이면서 제재·압박 선호하는 정책 채택이 우발적 충돌 가능성 더 키워”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 2022년은 남한에선 정권교체도 있어서 대북 정책의 변화가 있었고 북한에서는 최근 몇 년간 없었던 미사일 도발이 있었죠. 올해 한반도 상황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올해 한반도 안보 정세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대화와 협상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아서 불안과 우려,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가하여 유감스러운 해였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왜 그렇게 됐을까요?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가 있을 것 같아요. 첫째 한국의 새로운 정권이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제재와 압박을 선호하는 정책 채택한 것이죠. 그것에 대해서 북한도 강경하게 대응하니 긴장 수위가 높아졌고요. 두 번째로는 북한 자체의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2019년 이후 자력갱생 정면 돌파 노선 채택했는데 3, 4년 넘게 이런 노선을 지속하면서 무력시위도 해마다 격화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긴장이 고조가 된 것이고요.

세 번째로는 미중 경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5년째 진행이 됐는데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더 심화시켰고 또 중국과 북한의 공감대가 확대되면서 북한의 무력시위 공간이 확대됐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습니다. 이렇게 군사적 긴장이 고조가 되면 남북 간의 우발적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입니다.”

- 올해 유독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많이 했어요. 지난달엔 ICBM까지 쐈고요. 북한의 의도는 뭘까요?

“적극적인 이유도 있고, 소극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미국과의 적대적 대결 구도 맥락에서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정책 판단 이미 내린 바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는 자연스러운 조치가 될 수가 있습니다. 북한은 2018년에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2021년에 1월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 합의의 유효성이 모호해진 것이죠. 그리고 한국에서도 올해 3월에 정권 교체가 되면서 남북 정상 간 합의 유효성이 모호해졌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에 북한 입장으로 보면 군사력 증강을 위한 노력을 유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한국과 미국이 연합군사훈련 또 전략자산 전개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볼 때 북한이 적극적인 의도라기보다는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대응한 것이 아니냐라고 저는 해석하고 싶습니다.”

“김주애 공개, 백두혈통 가족 전체가 기뻐하는 일이라는 것 상징적이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센터장

- 지난 11월 김정은 위원장 둘째 딸인 김주애가 등장해서 화제였는데 이건 어떻게 보셨어요?

“두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는 지난 9월 초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행사와 관련한 부대 행사 하면서 공연했는데 그때 김정은 위원장의 딸이 공연에 참가했다고 해서 한때 떠들썩하게 언론에 보도가 된 적이 있어요. 지금 보니 잘못된 보도였잖아요. 북한에서는 그 뉴스를 보고 외부 서방 언론이나 서방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매우 잘못 분석하고 있다는 부분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마련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서 핵무기 개발이라고 하는 게 북한 주민 전체의 안전을 위한 것이고 미래 세대들도 그 혜택을 보고 북한 주민 전체가 보호받는 일이고 기뻐하는 일이라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서 김주애가 등장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주애 공개 때문에 ICBM 발사가 묻힌 경향도 있잖아요. 그것도 노린 걸까요? 

“부수적으로 그런 효과 기대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목표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최근에 무력시위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의 의견이 어떨 것인지에 많은 비중을 놓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주애 부분은 말씀드린 대로 북한 주민 남녀노소 전체가 기뻐하는 일이고, 백두혈통인 김정은 가족 전체가 다 기뻐하는 일이라는 것을 상징적이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서 나온 것이죠.”

-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중국 입장은 뭔가요?

“미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시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습니다. 원래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하거나, 핵실험 하면 대북 제재 결의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건 중국도 지지한 사항입니다. 그런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지난 1~2년 사이에 입장을 변경한 것으로 봐야됩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핵실험 하는 건 여전히 반대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묵인하는 입장으로 변경이 된 것입니다.”

- 왜 변경했을까요?

“중국이 지난 1~2년 사이에 꾸준히 말해 온 사항이 있습니다. ‘북한은 2018년 이후에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실천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미국은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 그런 차원이라면 북한도 충분히 ICBM 정도는 발사할 수 있는 게 아니냐’라는 게중국이 표명하는 논리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 

- 북한이 핵 고집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북한은 미국과 전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미국이 과거 한국전쟁 때처럼 북한에 대한 융단 폭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나리오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북한 주민이 물어본다면 최고 지도자는 북한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핵무기가 있고 미국이 공격한다면 이 핵무기를 워싱턴에 떨어뜨릴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미군이 과연 침공을 할 수 있을까? 침공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안전하다’라고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무기가 없다면 경제력의 격차가 크고 재래식 군사력의 격차가 큰데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로 모시고 어려운 경제 상황과 인권 상황을 견뎌낼 필요가 있겠습니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항복을 하는 게 맞죠. 그런 차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절실한 필요가 있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 지금 한반도 비핵화는 어려우니 확장억제력을 증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요.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가정 속에서 어떤 시나리오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맞죠. 한반도 비핵화의 1단계 남한의 비핵화는 이미 이루어졌고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전술적인 상황 변화 때문에 전략적 목표가 흔들리게 된다면 그것은 훌륭한 외교 전략이 아닙니다.”

-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동해 어민 북송 문제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쟁점 되었잖아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두 가지 사건 모두 큰 틀에서 본다면 정권 교체에 따라 국가기관의 판단이 달라진 사례입니다. 대북 정책의 문제가 당파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지적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경우 사망한 공무원이 월북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는 판단이 쟁점이죠. 문재인 정부에서는 월북 시도했다고 판단 한 것이고 지금 정부에서는 월북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공무원 당사자가 지금 사망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월북 시도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는 피해자 유가족이 존재합니다. 유가족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가족이 월북을 시도하다가 사망했다고 규정이 났을 때 굉장히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월북 시도했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월북을 시도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월북 시도 판단은 번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전망합니다.”

- 윤석열 정부의 북한을 비롯한 외교정책은 어떻게 보세요? 너무 미국에 치우쳤다는 우려도 있는데.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이 미국에 치우쳤다는 견해가 있고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에서 한미 관계 또 한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 하는 것이 사실이고 저는 그것이 부분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남북 관계에서 대화와 협상 가능성이 지금 전혀 없고 충돌 가능성만 커진 상태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 전망도 더 희박해졌습니다.

또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국내 정치에서 초당적인 협력 체제가 구축됐냐 안 됐냐의 문제인데 그게 지금 전혀 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악화됐습니다. 또 거국적인 정책 자문 체제도 필요한데 전혀 구축되지 않은 상태죠. 그래서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외 정책은 매우 위태로운 형국입니다. 북한과 관련해서 윤석열 정부는 제재와 압박 중심으로 해서 정책을 전개하고 있고 대화와 협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는 차원에서 한반도 안보 정세가 악화하는 현상이 빠른 시간 안에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 일부 수정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안보 정세 더 악화될 것”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일부 수정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더 악화될 것이고 안보 정세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왕선택 선터장.

- 윤석열 정부 첫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표기할 것 같은데.

“이것도 당파 싸움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하는 건 현명한 조치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투쟁의 소재가 된 결과일 뿐입니다. 특정 국가나 특정 세력을 주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외부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인식 평가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장 크고 치명적이라는 점을 명시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한중 한일 한러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주적이라고 굳이 얘기하는 건 상대방에 대해서 불필요하게 적대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것이라서 현명한 조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수정하면 좋겠습니다.”

- 올 한해 관심사 중 하나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었어요. 1월부터 언제 할 거라는 말이 계속 나왔지만, 연말인 지금까지 안 했죠. 4월쯤 핵실험 하려고 했지만, 중국이 막아서 안 했다는 주장도 있던데.

“중국이 반대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없었다는 주장에 저는 동의합니다. 저는 지난 2월부터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 북한이 꼭 핵실험을 한다고 가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많이 말씀드렸습니다. 다시 한번 제 주장을 말씀드리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 필요성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절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은 가능하다면 핵실험을 하고 싶지만 대외 관계에서 오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핵실험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북한 처지에서 핵실험과 관련한 대외 관계 제약은 무엇인가? 남북 관계, 북미 관계, 북중 관계 세 가지가 문제가 되는데 이 세 가지 관계가 모두 단절이 되고, 파탄이 나면, 북한 핵실험을 제약하는 조건이 모두 제거된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단절이 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북중 관계는 유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핵실험을 강행하는 데 있어서 제약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올해 초에 ’북한이 미국의 기념일에 맞춰서 도발을 자주 하니까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 7차 핵실험이 기정사실화됐는데 매우 잘못된 분석이라는 점 이번에 다들 확인이 됐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 내년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별로 안 좋죠. 지금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이유를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첫 번째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강경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고 대화와 협상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거의 안 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북한은 더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해서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고 꼭 한국 정부가 아니라 할지라도 북한 스스로 정면 돌파 자력갱생 이런 입장을 통해서 남한이든 미국이든 꼭 굴복시켜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으면서 위협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들이 유지될 것이고 미중 전략 경쟁이라고 하는 공간 속에서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서로 협력해야 되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이 잘 안될 가능성이 계속 있어요. 제가 볼 때는 내년에도 윤석열 정부가 정책을 일부 수정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은 더 악화될 것이고 안보 정세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이 돼서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