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셜 주매출 기업은 'ESG 워싱' 주의, 또 주의해야
김도현의 'ESG 리포트'(18)
김도현 변호사가 ‘ESG 리포트’를 계속 연재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연재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었는데요. ESG는 그 명칭만 변할 뿐 그 진정한 가치는 유지될 것이기에, 저도 마음이 닿는 데까지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연재해볼까라는 욕심을 부려봤습니다. ‘ESG 리포트’의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요.
환경 친화기업, 사회적 기업은 ESG 경영을 하고 있나요? ESG가 여기저기 판을 치고 있죠. 특히 환경관련 사업을 해왔던 분들과 유사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 분들, 또 사회적 기업과 임팩트 사업을 하는 분들이 ESG 경영을 한다면서 자신의 기업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위 기업이 과연 ESG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에너지 하베스팅 사업, 환경에는 분명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지난주 카이스트 ESG 최고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3주간 매주 목요일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서울)에 출석하여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을 들었지요. 13주 수업을 마친 수료식에서는 그동안 배웠던 ESG 경영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상도 수여하는데요. 제가 소속된 조에서는 신기술개발을 통한 ESG 경영을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발표자로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에 대한 주제를 잡았는데요.
‘에너지 하베스팅’이란 ‘에너지를 수확하다’라는 의미로써 일상에서 낭비되는 다양한 에너지를 수확하여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전체를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 합니다. 저는 인간의 운동에너지, 휴대전화, 노트북, 데스크탑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 등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을 이용한 상품을 개발하였고, 이 과정에서 ESG 경영의 적용을 발표하였습니다.
“ESG 경영은 이해 관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만족시킴으로써 기업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단순히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 전체의 니즈, 지구의 니즈까지도 만족시키는 경영이 바로 ESG 경영인 것입니다.
"ESG 워싱'은 E를 강조하면서 S와 G는 무시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제가 위 ‘에너지 하베스팅 사업’을 하면서 매입과 매출을 숨기고, 급여는 제가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것으로 하고, 기술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최소로 하면서 근로자들을 쥐어짜고, 지역 사회에는 고가에 매도하지만 수출은 저가로 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과연 저의 에너지 하베스팅 기업은 ESG 경영을 하는 것인가요?
물론 에너지 하베스팅 사업은 낭비되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재사용하는 것이므로 환경에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소셜과 거버넌스 부분에서는요?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과 같이 ESG 경영으로는 빵점이고, ESG 경영을 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환경을 이용한 영업을 하는 것 뿐이지요.
더 나아가서 제가 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사업에 대하여 환경을 보호한다, 지킨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인다면서 ESG 경영을 한다고 홍보한다면요? 이게 바로 그 유명한 ESG 워싱인 것입니다. ESG 워싱에 대해서는 유럽과 미국에서 강력한 제재를 한다고 하고,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ESG 워싱을 한 기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죠.
기업의 기존 활동을 돌려쓰는 것은 ESG 경영이 아닙니다!
다시 돌아가서 환경 친화적 기업과 사회적 기업, 임팩트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속속 ESG 경영을 한다면서 적극 홍보를 하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미 이들 기업이 해왔던 활동들을 돌려쓰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것도 자원의 재사용이라면 재사용이지만요.
자원을 재사용하는 기업, 환경을 지키는 기업이죠. 여기에 ESG 경영을 도입하고자 한다면요? 소셜과 거버넌스를 더해야합니다. 만약 소셜과 거버넌스도 완벽한 기업이라면 이 기업은 정말 때를 잘 맞춘 것이죠. 우리 기업은 ESG가 등장하기 전부터 ESG 경영을 해왔고, 앞으로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하여 우리 기업의 ESG 경영 전반을 공개하겠다, 라고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따라서 오히려 환경 친화적 기업, 사회적 기업 등 환경과 소셜을 주매출로 하고 있는 기업은 ESG 워싱을 주의, 또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김도현(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