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여당, 심지어 전북도까지 농민들 고통 잘 모르고 오히려 '기만'...그래서 더 화난다”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

2022-12-14     이영광 기자

지난 1일 쌀값 폭락 대책을 요구하며 전북도의회에서 단식 농성을 벌여온 오은미 진보당 전북도의원이 9일 만에 농성을 마무리했다. 오은미 도의원은 단식 농성을 하며 “전북도 세계 잉여금이 올해는 4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여유 자금으로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왔다.

단식 농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단식 농성을 마무리한 9일 오은미 도의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오은미 도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단식 농성, 배 고프고 춥기도 하지만

농민들 어려운 처지 제대로 이해 못하는

도정 때문에 더 추워”

단식 농성을 하며 투쟁하는 오은미 전북도의원.(사진=오은미 의원 제공)

- 쌀값 폭락과 생산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은 농민들이 재난지원금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1일부터 시작해서 오늘 마치셨는데 어떠세요?

“농성 19일째고 단식은 9일째인 오늘(9일) 예결위의 예산 심의가 다 끝나니까 단식을 끝내네요. 저희가 단식하면서까지 요구했던 내용이 반영이 안 됐어요. 좀 참담하고 전북도가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분노와 배신감은 있지만 내년에 또 추경도 있고 지속적으로 농민들의 처지와 입장을 제대로 알고 예산에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해야죠.” 

- 추운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배도 고프고 춥기도 하고 한데 그거야 아주 견딜 수는 있지만 여전히 농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도정이 더 춥죠.” 

- 지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농민들이 어려운 것은 그래도 많이 아시고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죠. 그리고 TV나 이런 거 보시고 모르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주셔서 응원해 주셨어요.”

“올해 쌀값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했는데

생산비는 2~5배 폭등 그러니 농민들은...”

농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며 농민들과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모습.(사진=오은미 의원 제공)

- 쌀값 폭락과 물가 폭등 이중고에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 같은데 농민들 현실은 어떤가요?

“농업은 쌀농사가 주잖아요. 그런데 올해 쌀값이 4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폭락했어요. 그런데 생산비는 2배 내지 5배 폭등했어요. 그러니 농민들은 농사지어서 남는 게 없어요. 계산이 안 돼요.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는 더더욱 힘들어요.”

- 왜 그런가요?

“일단 쌀값은 물론 모든 농산물값이 폭락해서 농사지어도 남은 게 없으니까요. 공산품은 공장에서 찍어내지만, 농산물은 그게 안 되잖아요. 또 온갖 이상 기후와 맞서서 싸워야 되고요. 그래서 몇 달 만에 생산물이 나오잖아요. 그게 어떤 때는 똥값 돼서 갈아엎어 버리고 대부분 생산해낸 것이 생산비도 못 건져요. 계산을 할 수가 없어요. 그만큼 어려운데 전라북도가 제대로 현실을 모르는 거죠.”

- 쌀값 폭락의 이유는 뭔가요?

“쌀값 폭락의 이유를 정부는 ‘농민들이 쌀을 많이 생산해낸다,’ 혹은 ‘옛날에 비해 국민들이 쌀을 많이 안 먹는다’라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근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1년이면 40만 8,700톤을 수입해요. 이게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요인이에요. 그리고 예전에는 목표 가격 정해놓고 그 목표 가격에서 쌀값이 떨어지면 그 차액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변동직불제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걸 문재인 정부가 없앴어요. 쌀값이 떨어져도 그런 제도가 있기 때문에 농민들이 그나마 쌀농사를 지을 수가 있었는데 변동직불제 없으니 쌀값이 폭락하면 그대로 농민들이 유탄을 맞는 거죠.”

“양곡관리법, 윤석열 대통령도 반대하고

여당도 공산화법이라고 반대...

농민들 더욱 화나”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모습.(사진=오은미 의원 제공)

- 예전에는 어땠나요?

“예전에는 그래도 추곡 수매자라는 게 있어서 쌀농사 지으면 가격 갖고 싸우기는 했지만, 정부가 책임지고 수매했었는데 지금은 정부가 책임을 안 지고 추곡 수매제를 없애고 쌀을 시장 가격에 내놨죠. 그리고 계속 수입을 계속해왔죠. 수입쌀은 누룽지, 과자, 떡 등 가공용으로만 쓰게 했는데 지금은 밥쌀용으로 우리 밥상에도 오르게 수입쌀을 쓰게 한 거예요.”

- 문재인 정부에서 변동 직불제를 폐지했다고 했잖아요. 그때 이유는 뭐였나요?

“직불제 개편하고 시장격리제도 도입하면서 변동 직불금을 없앴죠.”

- 국회에서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잖아요. 이거로는 안 될까요?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반대하고 여당도 공산화법이라고 반대하다 보니 국민의힘하고 많이 타협한 것 같아요. 그래서 농민들이 화가 나 있죠.”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관리법이 농민에게 도움 안 된다고 하던데.

“‘양곡관리법이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 ‘쌀 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라는 둥의 말 갖다가 붙여 반대하는데 쌀값이 내려가면 국가가 시장에서 격리시켜 쌀값이 떨어지지 않게 조절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그걸 안 하려고 하는 거죠.”

- 농민들에게 재난지원금 주라는 거잖아요. 이건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 아닌가요?

“물론 정부에서도 해야 되겠지만 각 지자체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들을 많이 지급했잖아요. 상황이 정말 긴급하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있고 특히 코로나 시기에 많이 피해를 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 정부에서도 지원하고 지자체에서도 했어요. 근데 유독 농민들은 이렇게 어려운데 정부에서도 그랬고 지자체에서도 한 번도 농민들을 상대로 재난지원금을 지원한 적은 없죠.”

- 재난지원금 요구에 대해 전북도는 뭐라고 하나요?

“‘농민들한테만 지원해 줄 이유가 없다, 또 형평성에 어긋난다, 현금으로 지원해줄 수 없다.’라는 거죠.”

- 전북도의 방침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아직도 농민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을 잘 모른다고 여겨져요.”

“100만원이라는 건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한데 농민이 없으면 우리가 먹을 게 없잖아...”

- 100만원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요?

“올해처럼 힘들 때가 없다고 이야기하세요. 그게 재난이라고 농민들이 생각하는 거고요. 그래서 농민들한테 재난지원금 지급하라고 하는 거죠, 100만원이라는 건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한데 농민이 없으면 우리가 먹을 게 없잖아요. 긴급재난지원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해달라는 것은 ‘내년에도 힘내서 농사지어 주세요’라고 하는 거예요.”

“국가 책임지는 공공농업 골자 ‘농민 기본법’ 만들어져야...

5만명 국민동의 청원으로 지금 국회에 가 있어”

"전라북도에 농민은 없고 정책만 있다"고 말하는 오은미 전북도의원.(사진=오은미 의원 제공)

- 하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지 않나요?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있어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죠. 주고 싶은 마음이 없으니까 예산 핑계 대고 하는 거지 저희가 다 전문가 통해서 알아보고 했는데 예산이 없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공무원들도 예산이 없는 거 아니라고 이야기하세요.”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이번에 이런 투쟁을 통해서 새삼 다시 확인한 게 농도라고 하는 전라북도에서 농민은 없고 정책만 있어요. 농민은 죽거나 살거나 소득이 있거나 없거나 그대로 자기들 정책 방향대로 지금 나아가고 있죠. 농민이 있어야 농업도 있고 농촌도 있잖아요. 그래서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짓고 살아갈 수 있는 전라북도를 만들려면 일단 도지사나 도 농정 담당자들의 정신을 개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거죠. 또 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 철학 이것이 기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고요.”

- 전북도가 농가 안정 위해 내년 예산 112억원을 증액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굳이 수정 예산으로 하지 않았어도 될 예산이고요. 저희 농민들이 지금 요구하는 것을 안 들어주고 저희 기만한 예산이죠. 그래서 저희는 그걸 받을 수가 없어요.”

- 왜 기만이라고 생각하세요?

“적어도 이렇게 농성하고 또 단식까지 하면서 요구했던 내용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게 긴급 재난지원금로 모아진 거잖아요. 그거에 대한 일말의 노력이라도 있었어야 되고요. 그러면 ‘예산을 이렇게 편성하려고 한다’라고 와서 이야기해야 하잖아요. 그러면 우리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나 아니면 ‘이거 괜찮겠다.’라는 협상안이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전혀 우리가 요구하지도 않았고 요구한 거하고 전혀 무관하게 자기들이 일방적으로 편성한 거거든요. 그리고 112억이라는 것에는 도비는 42억밖에 없어요. 나머지 시군비 포함해서 112억이에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우리가 기후 위기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은 곧 식량의 위기라고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근데 실제로 기후 위기에 맞서고 식량 위기에 맞서서 치열하게 처절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요. 농민들이 없다면 그런 위기를 극복할 수 없는 거고요. 그래서 농민들이 위기에 잘 맞서서 싸워갈 수 있도록 걱정 없이 농사짓게 농산물 가격 보장을 통해 소득 보장도 해주고 여러 가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농민뿐만 아니라 우리 전라북도도 위기 앞에서 극복해 나갈 수가 없는 거죠. 그러기 위해선 현재의 법을 바꿔야 돼요.

올 1월에 ‘농민 기본법’이라고 5만명의 국민동의 청원으로 지금 국회에 가 있어요. 그 법이 만들어져야 돼요. 이 법안의 내용에는 농민에 대한 기본 정의, 식량 주권 문제,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농업, 성평등 문제, 기후 위기라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우리 농촌에서 농민들이 또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법이 거기에 들어가 있거든요. 그것이 빨리 제정되어야겠고 그걸 위해서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같이 노력해 주셔야 됩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