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임실 관촌 '고향역'
이화구의 '생각 줍기'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 푸른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 ♪♬
오늘은 섬진강 푸른 물이 푸른 산을 적시는 우리의 고향 관촌면 주민자치위원회 분들이 멋지게 준비하신 송년행사에 회장님을 모시고 갔다가 상경하는 길입니다.
오늘 열린 행사는 술이나 한 잔 하면서 보내는 단순한 송년회가 아니라 지역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 동안 갈고닦은 농악, 난타, 요가, 노래, 악기 연주 등 각종 장기를 뽐내는 흥겨운 한마당 행사입니다.
오늘도 영광스럽게도 재경향우 자격으로 최명옥 총무님께서 고향 분들이 주시는 감사패를 수상하였습니다. 그간 재경선후회 총무로서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고생한 노고에 대한 보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총무님께서 오늘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질 못해 아쉬웠지만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세상에는 많은 상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향 분들이 주시는 상이 상장 중에는 최고로 영광스런 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말인 오늘 아침은 짙은 안개와 먼지가 뒤엉켜 서울에서 관촌까지 온종일 미세먼지로 세상이 회색빛이었으나 고향땅은 미세먼지 속에서도 먼 길을 달러와줘 고맙다며 정답게 맞아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릴적 초등학교 4학년 1학기까지 다녔던 나의 모교 관촌초등학교의 푸른 잔디가 깔린 넓다란 운동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커다랗게 보였습니다. 그곳은 우리가 초딩 시절 파란 마음, 하얀 마음으로 청운의 푸른 꿈을 꾸던 꿈동산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적엔 그렇게 넓게 보이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이 되어 가보면 너무 작게 느껴진다고 하는데 나의 모교 관촌초등학교는 환갑·진갑이 지난 나에게 더 꿈을 꾸라고 주문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때는 많은 통학생들로 붐볐던 관촌역은 얼마 전까만 해도 역무원이 있는 간이역으로 남아있었으나 오늘은 가서 보니 열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으로 입구가 폐쇄된 상태였고 허름한 대한통운 간판만이 관촌역의 추억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임실역에 KTX열차를 정차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관촌역을 기차가 서는 간이역으로 만들어 관촌으로 사람들이 돌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임실군 출신 이전에 관촌면 출신이기 때문에 고향역이 사라지는 게 더 두렵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들린 고향마을 배나드리도 변함없이 고향을 떠난 향우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상경하는 길에 회장님은 운전하시고 저는 옆에서 고향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곳은 정안휴게소입니다. 남은 길 회장님 모시고 안전하게 상경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