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 국민 생각과 너무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아”

[이영광 기자, 온몸으로 묻는다] 최순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

2022-12-05     이영광 기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사람이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떠올렸다.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들은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가 아직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건 아닐까.

세월호 유가족은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보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세월호 희생자인 고 이창현 군의 어머니인 최순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과 지난 11월 29일 전화로 연결했다. 다음은 최순화 대외협력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놀았을 뿐인데 거기에서 어마어마한 참사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희생?...그럼 국가가 왜 필요한가?” 

           최순화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부장(사진=최순화 제공)

-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번 참사에 대해서 뭐라고 하나요?

“이번 참사 정말 믿기지 않죠. 세월호 참사 있은 지 한 8년 7개월 됐어요. 비슷한 참사가 또 일어났는데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못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하고 저희 가족들이 유가족들을 만나서 얼싸안고 울어주고 싶기도 하고요. 보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들끼리는 알거든요. 저희는 그분들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실제로 그분들이 어제(11월 28일) 성명서도 발표했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이 민변하고 함께하고 있는데 저희 가족 협의회에서 같이 만나서 식사라도 하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민변에 공문을 보내놓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 이태원 참사 소식은 처음 어떻게 들으셨어요?

“참사 다음 날이 10월 30일이죠. 이날은 1999년에 있었던 인천 인현동 화재 사건 화재 참사 23주기였어요. 여기에 참여하려고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데 남편이 알려주더라고요. 믿기지 않았는데 인현동 화재 참사 추모제에 참여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쓰였었어요. 30일엔 ‘주최자가 없는 행사여서 놀러 간 사람들 개인 개인의 책임이다.’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엄청 화가 나고 어처구니없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떻게 그 좁은 골목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다쳤는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 놀러 간 사람 개인의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화났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셨어요? 

“누구나 놀러 갈 수 있는 건데 왜 놀러 간 사람 책임이라니요? 대한민국 어느 땅에서나 놀 수 있는 거잖아요. 놀았을 뿐인데 거기에서 어마어마한 참사가 일어나서 사람들이 희생됐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럼 국가가 왜 필요한 건가란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의도들이 보여서 그 부분이 참 많이 화가 났었어요.”

-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많은 분은 세월호를 떠올렸는데 어머님도 마찬가지였겠네요? 

“세월호는 살려달라는 신고를 한 8시 50분경에 단원고 2학년 학생이 신고했고 그 이후에 해경이 출동했지만, 그 배 안에 사람들이 있는 걸 알면서도 퇴선 명령하지 않고 선장과 선원들만 구조했잖아요. 이태원 참사도 6시 34분에 최초로 ‘압사당할 것 같다. 출동해서 도와달라’고 신고했는데 참사가 일어난 시간까지 3시간 50분의 시간이 있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비슷하니 당연히 세월호가 떠올랐죠.”

- 사실 우리나라가 대규모로 모이는 건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월드컵 거리 응원도 있고 촛불집회도 있었지만 한 번도 그런 일은 없었잖아요?

“맞아요. 그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 광화문에 촛불집회 모였어도 쓰레기도 없었고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데 이건 안 한 거죠. 안 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분들 기자회견 하는 거 보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달려가서 그냥 안아주고 같이 울고 싶었어요”

- 참사 후 이틀 지난 10월 31일 이태원 다녀오셨는데 어떠셨어요?

“참사 다음다음 날 저희 4.16 가족협의회에서 부모들이 어떻게든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녹사평역 앞에 갔어요. 거기 차려진 분향소에 가서 분양했는데 이름도 없고 위패도 없어서 이게 뭔가 싶었어요. 그리고 이태원역으로 걸어갔는데 1번 출구 앞에 굉장히 많은 국화꽃이 놓여 있었고 추모의 글들이 있었어요. 거기 가서 묵념하고 그때는 폴리스라인이 처져 있어서 사고 현장에 못 갔어요. 지난 11월 17일 수능일이었죠. 수능일이 셋째 주 목요일인데 저희가 서울 기억관 지키는 날이에요. 그날 끝나고 부모들 몇 명과 목사님 그리고 제가 사고 현장에 갔었어요. 한 밤 9시 넘었는데 정말 좁았지만 경사는 급하지 않더라고요. 거기서 어떻게 158명이 압사당하고 19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는지 정말 상상이 안 가고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기자회견 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정말 반가웠어요. 그때는 한 40여 명 가족이 기자회견을 하신 것 같은데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준 그분들께 정말 박수 드리고 싶고, 말씀하시는 것 하나하나가 너무 공감됐죠. 그분들 기자회견 하는 거 보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달려가서 그냥 안아주고 같이 울고 싶었어요.”

-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에서는 아무도 이 참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데.

“제일 많이 화가 나고 안타까운 부분인데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참사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국민들도 처음 참사 일어났을 때는 관심갖고 마음을 표시해 주시죠. 하지만 시간이 무서운 게 시간이 지나면 이게 자연히 잊히는 거죠. 되게 자연스럽지만, 유가족들의 싸움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박근혜 정부 때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뭐 했냐고 저희가 묻기 시작하자 그때부터 박근혜 정부가 유가족을 대놓고 사찰하고 감시하고 1기 특조위 조사를 방해하고 강제로 해산시켰죠. 

이렇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할 수 있는 모든 힘과 권력과 언론까지 동원해서 다 그렇게 정권 유지에 열을 올리더라고요. 한 번이라도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조금 달라질 텐데 그러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나요. 그래서 이 싸움은 계속 저희도 싸우고 있고 그 이전에 일어난 참사 가족들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현재 이상민 장관은 하는 일마다 너무 어이없고 상식적이지 않아”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조금 달라질 텐데 그러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 말하는 최순 화 씨(사진=최순화 제공)

- 이상민 장관은 지금 책임 회피하면서 자리 지키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이주영 장관은 그래도 나았던 것 같아요? 

“그렇죠. 이주영 장관은 그때 아무튼 본인 책임을 다하려고 끝까지 진도에 남아서 뭔가 했던 모습을 저도 기억하고 있죠. 그런데 현재 이상민 장관은 하는 일마다 너무 어이없고 상식적이지 않죠.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저렇게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외계에서 온 사람인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국민의 생각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것 같기도 해요. 본인은 그게 국민을 위한 거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전혀 반대 방향으로 가면서 잘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나라의 행안부 장관인지 안 보고 싶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사실은 기대도 안 돼요. 그런데 유가족들과 국민이 요구하니까 사과해야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는 하나 50%가 안 돼 득표율로 당선됐잖아요. 현재 국민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들을 귀가 있어야 되는데 들으려고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들을 귀가 없는 것 같아요.”

- 희생자 명단이 공개돼 논란이기도 했는데.

“희생자들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왔던 일이었거든요. 그리고 해야 할 일이고요. 그런데 정부가 안 하니까 처음부터 명단도 공개 안 하고 누군지 안 알려주니까 그거를 대신해서 공개한 것뿐이죠. 왜냐하면 궁금해 한 사람들이 많죠. 알고 추모하고 싶으니까요. 그게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인데 이걸 공개했다고 논란거리 만들고 딴지 건 할 일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논란을 키워서 오히려 엉뚱한 데로 시선을 돌리고 소모전을 만들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사람들의 의도적인 게 아닌가 해요. 전혀 논란거리가 전혀 아니고 당연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해준 거라고 생각해요.”

-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으로만 따지는 것 같아요.

“법이 그렇게 완벽한가요? 아니잖아요. 본인이 그렇게 법조인으로 살아와서 법을 최고로 따지는 사람인데 국민들이 알잖아요. 자기 가족에 대해서는 조사도 안 하죠. 부인 김건희 씨나 장모에 대해 특검하라고 해도 안 하잖아요. 자기가 아끼는 사람은 치외법권이고 그 외에는 법 지키라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국민들한테 메시지를 주고 있는 거잖아요. 법치주의자라면 본인 가족한테도 똑같이 적용해야죠.”

“안전권이 헌법에 명시돼야...안전권 법제화하는 생명 안전 기본법 제정하자는 요구 계속...”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유가족들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잖아요. 그러나 8년이 지나 이태원 참사가 난 지금 안전한 대한민국은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너무 속상하고 어제 65명의 유가족이 모여 성명서 발표하는데 거기서도 이런 얘기가 나와서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9월 10일에 끝나고 종합 조사 결과 보고서가 나왔죠. 그 보고서에 국가기관에 대해서 한 80여 가지 권고안이 실려 있어요. 가습기 살균제에 관한 거가 26건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관한 거가 32건 그리고 재난 및 피해 분야에 대해서 22건을 각 정부 부처에 권고했거든요. 이 권고안은 권고안으로 그치지 않고 이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들은 1년에 한 번씩 국회에 이 권고안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 해당 국회 상임위에 보고하게 되어 있어요.

또 사참위 종합 보고서 결과로 저희가 생명 안전 기본법을 만들자는 얘기도 해요. 안전권이라는 게 국민의 가장 기본 권리라서 안전권이 헌법에 명시돼야 하는데 명시되어 있지 않으니 안전보장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는 안전권을 법제화하는 생명 안전 기본법 제정하자는 요구 계속하고 있죠. 

생명안전기본법 내용 중의 하나가 중대 재난조사위원회를 설치해서 이태원 참사 같은 중대 재난이 터졌을 때 자동적으로 조사할 수 있도록 조사 기구를 만들어 놓자는 거예요. 중대 재난조사위원회는 상시적이어야 되고 독립적이어야 되고 피해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참여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을 관철시키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고 안전 사회를 만들어 가는 길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세월호 관련, 계속 무죄 나오는 장면만 보다 유죄 나와 엄청 많이 울어" 

- 세월호도 아직 진상 규명이 안 되지 않았나요?

“그렇죠. 8년 넘게 싸웠는데도 진상 규명이 안 된 부분이 제일 안타깝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미안하죠. 그렇다고 저희가 포기한 건 아니고요. 계속 추가 조사를 요구하고 있기도 해요. 대통령 기록물도 아직 보지 못했고요. 국정원 자료 중에 세월호 관련 자료가 60만 건인데 그중에서 본 거는 2천 건밖에 안 되고 그래서 국정원 자료도 더 봐야 되고 군이 가진 해군 자료도 거의 전혀 보지 못했거든요.

이거 다 해야되죠. 아직은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해서 뚜렷한 요구를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진상 규명은 계속하고 있고 추가 조사도 계속할 거고 침몰 원인이 뭔지 사참위가 밝혀하지 못했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일단 사참위 조사관들이 조사한 내용 방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 내용 파악이 되면 전문가들이랑 더 자세하게 짚어볼 내용들이 굉장히 많이 있거든요. 그런 과정도 아마 거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조사해 나가는 걸로 저희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그럴 생각입니다.” 

- 세월호 관련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계속 나오는 건 어떻게 보세요? 

“너무 어이없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시간을 조작해서 국회에 보고했거든요. 1심과 2심에서는 유죄로 판결이 났는데 대법원에서 뒤집혔죠. 1,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으면 대법원에서는 확정판결이 내는 게 거의 대부분인데 대법원에서 뒤집혔다는 게 더 기가 막히고 이건 어떤 힘의 논리인지 참 모르겠어요. 무엇에 근거해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판결문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고 설득되지 않거든요. 보고 시간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위조에서 국회에 보고했는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잖아요. 근데 그걸 개인적으로 한 거라고 말하기도 해서 이해가 안 가죠. 

세월호 관련해 기소된 사람들 재판이 이루어질 때마다 참 많이 답답해하고 한숨만 쉬는데 얼마 전에 기무사에서 불법 사찰한 혐의로 2명 기소되어 유죄를 받았어요. 징역 2년을 받아서 법정 구속됐는데 그 장면 저희가 가서 지켜봤거든요. 계속 무죄 나오는 장면만 보다가 유죄가 나오니 엄청 가족들 많이 울었어요.”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