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 연대보증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심각...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서두르면 낭패 볼 수도”
긴급 진단②
㈜자광이 계획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의 컨벤션센터와 호텔, 상업 시설이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중복된다는 점은 늘 지적돼 왔다. 또한 두 개발사업에 롯데건설이 모두 관련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역 상권에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것 외에도 최근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한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건설과 자광의 관계 또한 예사롭지 않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롯데, 옛 대한방직 터 개발 사업자 자광에 880억원 만기 연장“...왜?
㈜자광이 지난 2017년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 23만㎡를 매입한 후 2019년 초고층 타워와 쇼핑센터, 호텔, 공동주택 등을 건설하는 내용의 정책 제안서를 전주시에 제출할 무렵 이미 롯데와 ㈜자광과 관련성이 제기됐다. 2019년 8월 19일 KBS전주방송총국은 당시 해당 기사에서 "롯데건설이 이사회를 열어 옛 대한방직 터 매입 자금으로 자광에 880억원을 빌려주고 6개월 만에 만기가 도래하자 연기해 주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도 이날 "롯데, 전주 대한방직 터 개발 사업자 자광에 880억원 만기연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자본금 10억원에 불과한 중소건설업체 자광이 지난해 대한방직 부지(21만 6,000여㎡)를 사들여 사업 실행 능력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상황에서, 이를 계기로 롯데건설과 자광 간 관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주시민회가 이날 발표한 성명서를 인용한 기사는 "롯데건설이 지난(2019년) 4월 이사회를 열어 '전주 신시가지 복합개발사업 대출 약정 만기 연장' 안건을 가결했다"면서 "이는 롯데가 대한방직 터의 실제 사업자라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당시 전주시민회는 성명을 통해 "롯데는 이번(2019년)뿐만이 아니라 자광이 전주대한방직 용지를 매입하기 전부터 자광-대한방직 간 매매계약에 대한 연대보증(2017년)에 이어 부지매입 대금 전액 대출로 이뤄진 매매 대금 대출 계약(2018년)에도 연대보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민회는 또 성명에서 "일련의 연대보증과 대출 만기 연장 등은 사실상 사업자인 롯데가 개발 위험과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모습을 감춘 채 자광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주시민회는 “(주)자광의 특수관계회사는 10여개인데 부동산개발과 관련하여 대부분 사업을 롯데건설이 연대보증을 서고 있다(예, 세종시 골프장, 서초동 주상복합사업 등)”면서 “롯데는 자광이 롯데그룹의 위장계열사인지, 아니면 속칭 바지회사인지,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전주시-롯데쇼핑 2012년 맺어진 협약 있다...알방적 해약 못해”
그런데 전주시가 추진해 온 종합경기장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에 롯데와의 연관성 논란은 민선 8기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2일 전주시의회가 전주시 광역도시기반조성실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일부 시의원들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다.
이날 최명철 시의원(서신동)은 "종합경기장 이전 사업과 관련해 전주시와 롯데쇼핑이 지난 2012년 맺어진 협약이 있다"면서 "당시 협약서에는 롯데쇼핑이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짓겠다고 되어 있는데 현재는 전주시가 (다른 방향의) 재정사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롯데쇼핑이 전주시와 협약을 한 뒤 아무런 진척이 없다가 의회 승인을 거쳐 임대 방식으로 변경됐다"며 "롯데쇼핑이 새롭게 협의를 할 의지가 없다. 전주시만이 롯데쇼핑에 일방적 해약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현덕 시의원(삼천1·2·3동, 효자1동)은 "전주시 조례에 따라 미래유산 1호로 지정된 종합경기장은 지난 1963년 시민과 도민의 헌금 9,000만원으로 지어진 시민의 땅”이라며 “따라서 전주시의 종합경기장 개발에 대한 정책 결정은 시민에 대한 배려와 세심한 결정 과정이 필요한데 우범기호 종합경기장 부지개발사업 정책 전환은 시작부터 틀렸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국 시의원(덕진동, 팔복동, 송천2동)은 "전주시가 시민들에게 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해 의견을 수렴하고 지난 3월에는 '정원의 숲' 착공식도 했는데 현재 종합경기장 개발 계획을 다시 세우면서 시민들의 의견이 묵살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주시가 20여년 동안 ‘개발’의 미명 아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애물단지로 둔갑시켜 온 전주종합경기장은 늘 대기업 롯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주의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는 효자동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를 둘러싼 개발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주시가 추진한 서부신시시가지 개발사업에서 제척돼 '알박기' 논란이 일기 시작한 옛 대한방직공장 부지는 2017년 1,980억원에 터를 매입한 ㈜자광이 도유지 일부와 시유지를 포함한 23만 565㎡ 부지에 공동 주택 3,000세대와 복합 쇼핑몰, 430m 높이 타워, 호텔 등을 짓겠다는 계획을 전주시에 제안했지만 도시기본계획에 부합하지 않아 '수용 불가' 결정을 받았다.
“롯데건설 자금 사정 언론 보도보다 심각...지나친 개발 서두르기보다 철저 대비해야”
급기야 전주시는 민선 7기가 끝나갈 무렵인 지난해 2월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안을 제안하도록 유도했지만 제자리 수준을 맴돌다 민선 7기가 막을 내렸다.
그러다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출발부터 개발론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한 우범기 전주시장은 지난 8월 17일 시장실에서 ㈜자광 전은수 회장과 공개 회동을 가진 후 개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은 이날 옛 대한방직 부지에 있는 석면 건물부터 철거하기로 하고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전주시민회 이문옥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자광의 옛 대한방직 부지 매입 자금 관련 부동산 담보신탁 규모와 롯데건설의 추가 차입금’ 등을 상세하게 공개한 뒤 “롯데건설의 자금 사정이 언론보도 내용보다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대건설이나 GS건설, 포스코건설에 비해 회사 규모가 훨씬 작은 롯데건설의 부동산 PF연대보증(빚, 부채) 규모가 적게는 2~3배, 많게는 5~6배 많은 것은 착공하지 않은 신규 사업 규모가 많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오지만, 본질적으로는 위험한 상황임을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전주시는 지나친 개발을 서두르기 전에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여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 전문가들도 “초기 계획과 달리 막상 대규모 공사에 돌입하면 예상 밖의 변수들이 작용하는 데,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금조달 상황”이라며 “대규모 사업비가 들어가는 옛 대한방직 부지의 경우 민간 개발을 서두르다보면 자칫 큰 낭패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