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월드컵 응원처럼 '한마음'으로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2-11-26     이화구 객원기자

한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첫 경기의 응원전을 보면서 월드컵 응원처럼 우리 정치나 국민들도 편 가르기는 이제 그만두고 대한민국이 '원 팀(One Team)'이 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빠져들었습니다. 

월드컵 응원에서는 지역 갈등도 없었고, 좌우 이념의 장벽도 없고, 빈부의 계층 간 차별도 없고, 노소의 세대 간 불평도 없이 모두 한 팀이 되어 대한민국을 응원하였습니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을 보면 깊은 골짜기나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은 시내를 이루고 다시 강을 이루는데 강들 중에서도 강의 크고 작은 크기에 따라 차별을 두어서 물이 강(江) 중에 있을 때는 강물(江水)이라 이름하고, 물이 회(淮) 중에 있으면 회수(淮水)라 하고, 물이 하(河) 중에 있으면 하수(河水)라 부르면서 함께 나아가 결국 바다(海)에 이릅니다. 

그리고 바다(海)에 도달한 강물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오직 하나의 바닷물(海水)이 되어 하나의 맛인 일미(一味) 즉 짠 맛을 냅니다. 또 다른 경전인 '옥추보경'에는 “도(道)의 세계에서 보면 세상은 지역에 따라 풍토(風土)가 같지 않아 지역에 따라 받는 기(氣)도 달라 사람의 품성이 다르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정기(精氣)를 받고 태어나면 착하고 단정하며 충효의 도리를 다하고 지혜가 총명하며, 반대로 사람이 탁기(濁氣)를 받고 태어나면 흉악하고 삿되며 사납고 어리석다고 합니다. 이렇듯 좁은 국토이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지역마다 사람들의 타고난 성품과 기질이 많이 다릅니다. 종교적 신념보다 더 강한 게 조선의 풍토와 기질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역적으로 보면 전라도 목사 다르고, 경상도 목사 다르고, 전라도 스님 다르고, 경상도 스님 다르고, 그런가 하면 이념적으로도 좌파 목사 다르고, 우파 목사 다르고, 좌파 스님 다르고 우파 스님 다르니 명색이 성직자란 분들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보다 오히려 지역색이나 이념색이 더 중요한 요소가 돼버린 겁니다. 

우리는 지역 감정하면 주로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을 많이 얘기하는데 구한말을 살았던 윤치호의 일기를 보면 나라를 일본에 빼앗긴 일제 강점기에도 민족주의 운동세력 및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평안도 지역 (서북인)과 서울 경기 지역 (기호파) 사이에 지역 갈등이 극심하게 나타났다는 점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당시 평안도 지역 출신의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일본 놈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적이지만 기호인(서울ㆍ경기)은 조선 5백년 동안 서북인(평양지역)의 적이었으므로 먼저 기호파를 박멸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한 안창호 선생은 ”기호인의 노력으로 독립을 얻을 것 같으면 차라리 독립되지 않은 게 낫다.“ 라고까지 말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민족의 지역감정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아무튼 좁은 땅 덩어리 한반도는 남북이 갈라진 것도 모자라 남쪽에서는 동서가 지역감정으로 갈리고, 좌우나 진보와 보수가 이념으로 갈리고, 세대 간 그리고 계층 간에 막혀있는 벽 하나를 허물지 못하고 갈등만 계속하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그러나 월드컵 응원에서 우리는 강물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바다에 이르러 오직 한 맛을 냈던 것처럼 대한민국도 영남과 호남 같은 지역이나, 좌우 같은 이념, 빈부 같은 계층 그리고 노소 같은 세대를 잊고 오직 한국 팀의 승리라는 하나의 맛으로 단결하였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정치판이나 우리국민들도 하나의 맛인 국민통합이라는 한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내 맘에 들지 않더라도 더러는 참고 견디며 살아야 합니다.

태극기 가운데의 태극문양은 음(陰:파랑)과 양(陽:빨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우주 만물이 음양의 상호작용으로 생성하고 발전한다는 대자연의 진리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선조들이 태극기를 빨강과 파랑으로 조화를 이루어 만드신 데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양쪽이 편을 갈라 "네가 맞냐! 내가 맞냐!" 싸우는 것은 마치 음과 양이 하나의 태극을 이루면서 한 몸이 양 면인 걸 모르고 서로 싸우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여당이 있어야 야당도 있고,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있고 하는 겁니다. 제발 정치권에 계시는 위정자 분들은 서로 싸우지 말고 협치를 통한 상생의 정치를 펼쳐 국민들 편하게 살게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적대관계는 서로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겁니다. 

또한 검은 하늘과 누런 땅도 색은 분명히 다르지만 하나의 태극일 뿐인데 어느 것이 선이고 어느 것이 악이라고 서로 싸우냐는 겁니다. 세상만사 크게 보면 전체적으로는 같으나 디테일하게 보면 사소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대동소이(大同小異)'란 한자성어도 생겨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다름이 없는 같음은 있을 수 없고, 같음이란 것도 다름을 전제로 한다''는 옛 말이 있습니다. 이걸 깨달아야 번뇌에서 벗어나 악도 선으로 돌려 해탈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을 일러 주는 것 같습니다. 

글·사진/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