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공론화위원회 출입기자 참여, 문제있다"

[긴급 진단] 전주시 옛 대한방직부지 개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2)

2020-07-06     박주현 기자

전주시민들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는 옛 대한방직 부지는 수년 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바람 잘날 없는 곳이 돼버렸다.

대규모 개발이 우선인가, 시민들 공원시설이 우선인가를 놓고 찬반논란이 일기 시작했던 이 곳은 그러나 대규모 개발사업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특혜시비가 끊임없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대안인지 '긴급 진단' 3회 중 두번 째 편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조감도((주)자광 제공)

전주서부신가지내 옛 대한방직 부지개발 여부를 제시하는 시민공론화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으나 위원회 구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주시는 시민공론화위원회에 학계와 도시전문가, 시민단체, 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11명의 공론화위원을 구성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5월 열린 1차 회의에서 이양재 원광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분야별 명단을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에 발표ㆍ공지했다.  위원회 구성은 다음과 같다.

▲갈등전문가 이희진 (사)한국갈등해결센터 사무총장과 이승모 지방자치인재개발원 원내교수 ▲도시계획 전문가 이양재 원광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와 오용준 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사회경제 전문가 유대근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명예교수와 엄영숙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회계(감정평가) 전문가 최종문 현대 감정평가사사무소 대표 ▲언론인 홍인철 연합뉴스 전북본부 부본부장 ▲전주시의회 박선전 도시건설위원회 부위원장 ▲시민단체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와 김남규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등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현직 언론인이 포함돼 있어 의구심이 일게 한다. 숱한 갈등과 첨예한 논란을 빚어 온 전주시 현안사업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다양한 계층에서 고루 참여한다는 취지의 공론화위원회 구성이라는 점은 누구나 이해한다.

그런데 공론화위원회에 현직 언론인이 포함됐다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현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공정하게 취재하며 보도해왔던 언론인이 갈등해소의 시민공론화위원회 활동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관련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여 유통시킨다면 이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전제하는 언론윤리에 위배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첨예한 이해갈등의 개발사업은 이권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런 개발사업 타당성과 여론 흐름 등을 중점적으로 협의하고 논의하는 공론화위원회의 회의에 참석하여 기간 내 회의비 등을 지급받으며 획득한 정보를 기사화한다면 자칫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선을 넘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시 공론화위원회 홈페이지

지역언론 대주주 개발사업 관련 언론인 공론화위원회 참여, 따가운 '눈총'

더욱이 이번 전주시 시민공론화위원회에 참석한 언론인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소속 기자이다. 누구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구받고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첨예한 갈등과 논란의 지역 현안사업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윤리강령이나 기본 책무인 사실성, 객관성, 불편부당성을 유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론화위원회가 활동하는 영역의 중심에는 전북일보의 대주주인 (주)자광이란 건설사가 개입된 문제라는 점에서 언론인이 언론사와 관련된 현안사업의 공론화위원으로 직접 활동하며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자칫 오해의 소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크다.

전주 완산구 유연로 일원의 총 23만 565㎡에 이르는 대한방직 부지는 지난 2017년 ㈜자광이 21만 6,463㎡를 매입한 이후 논란은 시작됐다. 자광은 부지를 사들이면서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비롯해 60층짜리 3,000세대 규모의 아파트, 호텔 건립 등 2조 5,000억 원 규모의 개발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주시는 토지 용도 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과 장기적 도시개발 계획 등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안서를 보류한 뒤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해법을 찾기로 했지만 찬반 논란은 진행형이다.

현재 이곳은 도시기본계획상 주거용지로, 도시관리계획상 공업지역(22만 2,692㎡)과 자연녹지(7,873㎡)로 돼 있고, 자광은 부지 개발을 위해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당초 계획보다 40미터 더 높은 타워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전주시민회는 전주시와 시민공론화위원회에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전주시민회는 초기부터 문제점 두 가지를 제기하고 나섰다.

첫째, 공론화위원회 구성 자체만으로도 전주시 도시계획에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주시에서 개인이 토지의 용도변경을 요구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둘째, 공론화위원회 언급이나 구성 자체만으로도 사업체에 대한 특혜라는 것이다.

개발 조감도(좌측)와 옛 대한방직 부지(우측)

전주시민회는 “향후 토지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전주권이나 전북권 토지주들의 편법, 불법 행위를 정당화 시키는 것”이라면서 “2000년대 전후부터 전국 중소도시 도심 확장으로 도심지에 편입된 공장용지 등의 토지용도 변경요구 이후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디벨로퍼(Developer)' 토지주들의 약속이 지켜진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회는 “디벨로퍼들의 농단에 놀아나 용도를 변경해준 이후 사회문제가 심각하다”며 "지나친 개발논리가 특혜시비와 부작용의 부메랑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주)자광은 전북지역의 최대 언론사인 전북일보의 대주주가 됐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인이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해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따갑다.

한 전직 중견 언론인은 이에 대해 "무엇보다 언론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여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위상 제고를 여느 때보다 높게 요구받고 있는 시기"라며 "그런데 해당 언론사 소속 기자가 지역의 현안사업 공론화위원회에 직접 위원으로 참여하여 활동하면서 언론활동을 수행한다는 것은 공적 기능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공론화위원회 구성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 공론화의 정당성 또한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