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인들의 이동이 다시 분주해졌다. 각 후보들마다 캠프에서 홍보와 대변인 등의 업무를 맡아 일할 유능한 기자와 앵커 등 언론인 출신들을 구하느라 비상이다. 

'기자-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이한 양태가 설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 바람에 각 언론사 편집국 또는 보도국에선 중간급 기자들과 아나운서, 작가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면밀히 주목 받는 형국이다. 

전북 출신 이정헌 JTBC 전 앵커 민주당 대선 캠프 이동, '폴리널리스트' 논란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 출신 중견 방송 기자였던 이정헌 전 JTBC 앵커가 퇴사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에 합류해 폴리널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은 이 전 앵커를 향해 강한 유감을 표했으나 직업 선택의 자유 앞에선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형편이다. 

이 전 앵커와 함께 안귀령 전 YTN 앵커도 민주당으로 이동함으로써 대선 캠프에서 방송사 중견 뉴스 앵커 선호도가 높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앞서 황상무 KBS 전 앵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대위에 합류했다. 

다만 황 전 앵커는 퇴사 후 ICT 전문기업 전문경영인(CEO)으로 제2의 커리어를 쌓은 뒤 캠프에 영입돼 앞선 두 앵커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처럼 대선 캠프에 영입돼 대선 후 청와대와 정부 산하 기관 등에서 근무한 언론인 출신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각에선 이들을 두고 성공한 ‘폴리널리스트(polinalist: politics+journalist)’로 부른다.

정동영·신경민·장세환·박종민 등 화려한 '전주고 48회 동기 폴리널리스트들' 

고교 동기이자 같은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전 장관(왼쪽)과 신경민 전 의원(오른쪽)
고교 동기이자 같은 MBC 기자 출신인 정동영 전 장관(왼쪽)과 신경민 전 의원(오른쪽)

그 중에는 전북 출신 언론인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발탁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전 민주평화당 대표)이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전주고등학교 48회 출신인 정 전 장관은 MBC 기자와 앵커 등으로 이름을 날린 후 정계에 입문해 성공한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로 지목된다.

그와 같은 전주고 48회 동기들 중에는 MBC 기자·앵커 출신인 신경민 전 국회의원, 한겨레신문과 전라일보 기자·편집국장 출신인 장세환 전 국회의원(전 전북도 정무부지사), 전주MBC 보도국장 출신인 박종문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 등도 같은 시대의 성공한 폴리널리스트들에 속한다. 

한국일보 출신 윤승용, 노무현 정부 홍보수석 발탁...남서울대 총장까지 

윤승용 총장(남서울대 홈페이지 캡처)
윤승용 총장(남서울대 홈페이지 캡처)

이어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발탁된 전북 출신 언론인들 중에는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표적인 폴리널리스트로 들 수 있다. 전주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일보에서 정치부장까지 지냈던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게 발탁돼 청와대로 직행했다.

그와 같은 한국일보에 근무했던 전북 출신 김혁 기자도 당시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진출한 계기를 마련했다. 이들 중 특히 윤 전 홍보수석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남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자리하고 있어 성공한 폴리널리스트로 꼽을 만하다.

민경중 전 CBS국장, 방통심의위 사무총장 변신

민경중 전 사무총장
민경중 전 사무총장

이들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 캠프에 발탁된 전북 출신 언론인들 중에는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과 김혁 전 한국일보 기자 등을 들 수 있다. 민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김 전 기자 역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 시청자진흥(권익)본부장을 맡아 지난해까지 일했다. 두 사람은 전라고등학교 동문이다. 이들 외에도 정부 산하 기관에 진출한 전북 출신 언론인들은 많다. 

전북지역 내에서도 이러한 폴리널리스트들의 명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선 지방자치시대에 들어서면서 언론인들의 행정 또는 정치권으로의 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전북도 정무부지사·공보관, 언론인 출신들 줄이어 

전북도청 전경
전북도청 전경

1995년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정무부지사직이 새로 생기면서 언론인 출신들의 발탁이 두드러졌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에서 광역자치단체에 정책과 기획을 수립하여 정무적 업무를 수행하는 정무부시장 또는 정무부지사를 두도록 명시되면서 민선 자치시대 초대 유종근 도지사 시절에는 KBS PD출신인 채수일 씨와 한겨레 기자 출신인 장세환 씨가 정무부지사에 발탁됐다. 

당시 유 전 지사는 같은 대학(고려대) 출신인 전라일보 나세련 기자를 공보관으로 전격 발탁하면서 이후 전북도 공보관 자리는 언론인 출신들의 전유물처럼 이어져 왔다. 

민선 2대째인 강현욱 도지사 시절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대곤 씨가 정무부지사에 발탁됐다. 이 시절 공보관에는 전북일보와 새전북신문 기자 출신인 이란우 씨가 발탁돼 언론인 출신 공보관의 맥을 이었다.

3대째인 김완주 도지사는 언론인 출신들의 화려한 이동이 더욱 많았다.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 출신인 한명규 씨와 전주MBC 보도국장 출신인 박종문 씨가 정무부지사로 발탁된데 이어 공보관으로는 전북도민일보 강웅철 기자와 전라일보 이창면 기자가 각각 발탁돼 폴리널리스트 전성기를 이뤘다.

송하진 도지사, 기자 출신 한민희 공보관·비서실장·대외협력국장 연속 기용 

         송하진 도지사(왼쪽), 한민희 국장(오른쪽)
         송하진 도지사(왼쪽), 한민희 국장(오른쪽)

이어 현 송하진 도지사는 정무부지사에는 언론인 출신을 발탁하지 않았지만 전북중앙신문의 한민희 기자를 전주시장 시절부터 공보관으로 발탁해 전북도 공보관에 이어 비서실장, 대외협력국장에까지 오르게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신망이 매우 두텁기로 소문이 났다.

송 지사는 한 전 공보관 후임에 전라일보 기자 출신인 오재승 씨를 발탁하고 공보실 등에 6~7명의 지역언론사 기자 출신들을 포진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각 시·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 기자 출신 구대식 씨 공보관이어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발탁

김승수 전주시장(왼족), 구대식 이사장(오른쪽)
김승수 전주시장(왼쪽), 구대식 이사장(오른쪽)

특히 전주시의 경우 현 김승수 시장은 전북일보 기자 출신인 구대식 씨를 임기 초반부터 공보관으로 발탁해 오랫동안 함께 근무하다가 임기 만료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난해 10월 전주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그를 임명해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이밖에 지역 방송사 작가 출신들 중에서도 전주시와 완주군에서 자리를 잡은 사례가 있다. 이러한 발탁과 이동의 시작은 선거철에 모두 이루어졌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활발하게 이동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지방선거 앞두고 기자 출신 상한가...구인난 호소” 

지난해 12월 24일 <아시아경제> 김한호 기자는 이와 관련해 ‘지선 앞둔 전북 정가에 기자 출신 ‘상한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전북지역 언론인 출신들의 이동을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자들의 몸값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출마를 준비 중인 후보마다 지역신문 기자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입지자들은 적당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며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되는 지방선거 각 후보 예정자들의 캠프로 이동한 언론인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며 활동 내역을 전했다.

지역 일간지·통신사 기자들 이동 잦아

아시아경제 2021년 12월 2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아시아경제 2021년 12월 2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기사에 따르면 “전북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결정한 안호영 국회의원(완주·진안·무주·장수)은 2개월 전, 비서관으로 송기택 씨를 영입했다”며 “송 비서관은 전라일보 기자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제18대 총선에서 이상직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출마와 관련,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는 김성주 의원(전주병)은 최근 통신사 기자를 지냈던 박슬용 씨를 비서관으로 채용키로 결정했다”며 “지역신문에서 활동하다 통신사로 옮긴 박 씨를 전격 발탁한 것을 놓고 지역 정가에서는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또한 기사는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캠프에는 최근 전라일보 사진기자로서 전북기자협회장을 역임한 장태엽 씨가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며 “전주시장 후보군들 중 조지훈 전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의 캠프에는 전라일보 출신인 황성조 씨와 전북중앙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던 김성아 씨가 활약하고 있다”고 썼다.

또한 “우범기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의 캠프에는 전북도 공보관과 서울 동작구청 비서실장을 지낸 이란우 씨가 참여하고 있다”며 “이씨는 전북일보와 새전북신문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임정엽 전 완주군수의 경우,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김창종 씨가 이번에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며 “김 씨는 새전북신문 기자를 거쳐, 전주일보 편집국장을 지냈다”고 밝혔다. 

"대외 활동 반경 넓은데다 빠른 상황 판단과 순발력 때문?" 

또 “익산시장 선거에 나서는 조용식 전 전북경찰청장은 전라일보 출신으로 전북연구원에 근무했던 이한호 씨를 영입했다”며 “이 외에도 일부 후보들 주위에는 다수의 기자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3선 또는 재선을 준비 중인 현역 단체장에게도 많은 기자 출신이 포진돼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특히 “송하진 도지사의 경우, 한민희 대외협력국장, 오재승 공보과장 등 6~7명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라며 “이들은 송 지사의 3선 출마가 가시화되면 공직 사퇴 후 본격적인 캠프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또한 “황인홍 무주군수의 경우에는 김복산 씨, 장영수 장수군수에게는 신혜린·문요한 씨, 심민 임실군수에게는 김은숙·김대웅 씨, 유기상 고창군수에게는 김병진 씨 등 기자 출신이 공보 라인으로 근무하고 있다”며 “이처럼 지방선거 후보들 사이에서 기자 출신이 선호되는 이유는 공보 책임자로서 대외 활동 반경이 넓은데다 빠른 상황 판단과 순발력 등이 인정받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지역 언론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상한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는 기사는 “반면, 공들여 기자 출신을 영입하려 해도 여의치 않은 후보들도 있는데, 안팎의 평가와 개인의 능력을 검증해 기자를 접촉하고 있지만, 캠프 참여란 확답을 받아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남아 있는 기자들 “유혹 많지만 참아...자괴감 때문에 더 힘들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 구분 없이 선거철만 되면 기자들의 이동이 잦은 바람에 폴리널리스트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남아 있는 기자들은 더욱 자존감이 상하고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지역신문 중견 기자는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이곳저곳에서 유혹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흔들림 없이 열심히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기자들이 많은 반면, 한 번 유혹에 흔들리면 자주 이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언론인은 "선거철마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며 "하지만 저임금을 호소하던 동료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자괴감이 들고 이 때문에 더욱 힘이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와중에 최근 전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일간지인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중간급 기자들이 서울에 본사를 둔 일간지와 통신사로 이동해 그나마 어려운 편집국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는 형태다. 남아 있는 지역 신문사 기자들의 하소연과 볼멘소리가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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