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베르자르당에서 7일부터 9월 6일까지
-입체작품 ‘하루’및‘독백’‘고도에서’ 등 20여점 선봬

이경섭 화가

‘성찰과 고독’의 화가 이경섭이 순창의 갤러리 카페 베르자르당 초대 전시회를 연다.

오는 7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초대전에는 2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다.

‘독백’, ‘자아상’, ‘고도에서’ 등 출품작 제목에서부터 화가의 깊은 고뇌와 성찰의 무게가 묻어난다.

이들 가운데 ‘25시’ 등 두세 작품을 빼고는 모두 지난해 겨울부터 올 봄까지 작업한 신작들로 이뤄져 있다.

특히 입체작품 ‘하루’는 작품 구성이 전혀 새로운, 색다른 시도다.

낱낱의 작품들을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사이사이에도 캔버스를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입체감을 주려는 의도로 시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볼 때 기존 작품들과는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이경섭 작품 - 독백(2)
이경섭 작품 - 독백(2)

또 나머지 작품들도 이 화백이 줄곧 파고들어온 주제인 자기성찰과 자아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독백’ ‘자아상’에 등장하는 까마귀는 늑대와 함께 이경섭의 영원한 오브제이다.

이경섭 작품 - 25시
이경섭 작품 - 25시

‘25시’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지나간 추억을 유추해볼 수 있는 전주시내 주점에서의 풍경이다. 어렵지 않게 그리겠다는 그의 믿음이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번 전시회를 맞으면서 이경섭은 갈수록 급격히 떨어져가는 색에 대한 감각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무심한 세월이 또 흘러갔느냐”면서도 남다른 각오로 작업했다. 하루하루를 필사적인 힘을 쏟아 부었다. 그는 자신과의 부단한 싸움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기를 다짐하면서, 마침내 그림 그리고 사는 일이 미치고 환장할 만큼 좋아서 죽겠다고 얘기할 날을 고대하면서 작업에 임했다.

               이경섭 작품-자아상(2)
               이경섭 작품 - 자아상(2)

이경섭은 부단히 노력한다. 마음 놓고 편히 누워 이불 덮고 자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래서 스스로 다그친다. “수년 전 일기에 나이가 조금 들어 조금 고단하다고 ‘함부로 눕지 않으련다’ 다짐했던 글이 있다.”

무릇 작업하는 이들이 수 없이 반복되는 번민과 갈등을 안고 내일을 기약하지만 우리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아 변함이 없다. 이경섭의 생각이다. 그래서 “육신은 어차피 내버려 둬도 늙어가는 것, 그나마 하릴없이 가는 시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신을 가다듬을 수밖에…”라고 창작열을 돋운다.

이경섭은 평소 “생각을 그린다는 것, 참으로 어렵다”며 “어려운 그림을 어렵지 않게 그리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가져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붓을 놓지 않을 정도로 작업에도 열중하지만 꾸준히 일기를 쓴다. 일종의 작품노트인 셈이다. 거기엔 채근담의 한 구절이 적혀 있기도 하고 자기에 대한 채찍질과 다짐도 있다.

그 가운데 한 대목에는 이런 글귀도 보인다.

“나이가 들었다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으리라. 결코 좌절하지 않으며 꿋꿋하게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키리라. 그리고 기다릴 것이다. 나의 예술과 철학을 인정하는 세상을.”(2014.10)

이경섭은 1991년부터 개인전 17회, 1983년부터 국내외에서 단체전시회 350여회에 출품할 만큼 부지런한 작가다. 

/이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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